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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 여승 / 낭송 - 정미경

서 태평 2010. 11. 10. 12:13

[ 펌: 스위시포토샾 34487 ]

 

이 시는 한 여자의 일생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한 여인의 일생, 가족 구성원들이 상실되면서 일어나는 삶의 비애를 종교적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 가족은 지아비와 지어미 그리고 딸아이로 구성되어 있다. 원래 농삿일을 했을 법한 지아비는 광부가 되어 집을 나가고, 아내는 남편을 찾아 금점판을 돌며 옥수수 행상을 하고, 그 고생에 못이기어 딸은 죽어 돌무덤에 묻히고, 자신은 산 속 절간에서 삭발을 하여 여승이 되었다.
절제된 시어와 직유의 표현 기법으로 일제 강점기의 민족 현실을 전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섶벌'처럼 일터를 찾아 나간 지아비, '가을밤같이 차게' 울면서 자식을 때리는 어미,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간 어린 딸, 온 가족을 잃고 여승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인― 산꿩의 울음이 곧 여인의 울음이요, 여인의 머리오리가 곧 눈물인 것이다.
이 여인의 삶의 역정을 생각하면서 화자는 불경처럼 서러워한다.
이 시는 사회적 현실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리얼리즘 시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백석이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인 공간에 대한 시적 관심은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가족적인 유대나 유년기의 체험에 대한 강한 집착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민중들의 생활 세계를 예리하게 포착해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함으로써 민중들의 삶을 위협하는 현실의 모순을 파헤치는 커다란 힘으로 고양되기도 한다. 이 <여승>과 <팔원>은 바로 그러한 특징을 잘 보여 주는 작품으로 백석의 대표적인 리얼리즘 시로 거론되고 있다.
이 시는 한 여승의 비극적 삶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수탈로 인해 파괴된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를 찾아 '금점판'을 떠돌다가 급기야는 어린 딸마저 잃고 여승이 되어 버린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을 4연 12행의 짧은 구성으로 밀도 있게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가족 공동체마저 철저히 파괴해 버린 식민지 현실과 민중들의 고난은 백석의 시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유년의 체험과 공동체적 향수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가족 사이의 유대와 사람과 사물 사이의 친화 관계가 완전히 해체된 것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러한 해체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의 경과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인 힘, 즉 일제의 식민지 지배라는 파행적 역사 과정의 소산이다. 그러므로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나 그를 찾아 떠돌다 끝내 자식마저 잃어버리고 여승이 된 여인이나 모두 그러한 역사 과정에서 희생당한 민중들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역행적 구성 방법으로 시상을 전개시키고 있는데, 1연은 여승의 현재 모습이며, 2∼4연은 그녀가 여승이 되기까지의 삶의 궤적을 더듬고 있는 부분이다. 거의 모든 시행을 하나의 문장으로 배치함으로써 빠른 속도감을 느끼게 하고 있으며, 짧은 작품 구조로써 그녀의 생애를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표현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비록 불교에 귀의한 여인이지만, 화자인 '나'의 눈에 비추어진 여승의 모습은 여전히 현실적 고뇌를 극복하지 못한 서글픈 모습으로, 마지막 두 시행에서 보여 주고 있는 '섧게 우는 산꿩'이나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여인의 머리오리'가 바로 그녀의 내면 세계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